보통 이 상자 안에 쥐를 넣어두게 되면, 쥐는 주로 코카인이 있는 오른쪽 방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출산 초기의 쥐라면 다릅니다. 출산 초기에는 새끼들은 코카인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어미를 끌어당기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후 이어진 연구를 통해 새끼와의 접촉은 어미의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시키기 때문에 새끼가 강력한 유인 요소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사람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에 미국의 연구팀은 아이의 웃는 얼굴은 엄마의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엄마를 행복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도파민이 자녀에 대한 애정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약물에 중독된 엄마들이 종종 아기를 방치하는 이유도 설명해 준다고 합니다. 약물에 중독되면 약물 자체가 도파민 신호를 독점하기 때문에 아기로 인한 도파민 신호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해 아기에 대한 애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죠.
엄마와 아빠를 만드는 호르몬,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도파민 외에도 부모가 되게 하는 물질은 또 있습니다. 바로 옥시토신입니다. 옥시토신(oxytocin)은 그리스어의 ‘빨리 태어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에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듯이, 원래 자궁의 근육을 수축시켜 진통을 일으키고 젖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입니다. 따라서 출산 시 다량으로 분비되지요. 임상에서는 옥시토신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출산을 유도하는 유도분만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출산 시 분비량이 늘어나는 옥시토신이 자궁뿐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습니다.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새끼를 낳아본 적이 없는 처녀 쥐에게 옥시토신을 주입하면, 이들은 남의 새끼들을 보듬고 나오지도 않는 젖을 물리며 이들을 보살피는 모성 행동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엄마의 몸속에 옥시토신의 양이 늘어나면 엄마의 모성 행동과 아기에 대한 애착 형성도가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옥시토신은 진통을 유도하고 젖 분비를 자극하여 엄마의 몸이 신체적으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갓 태어난 아기에게 모성애를 느끼고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천후 출산-육아 관련 호르몬인 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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