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한 대장균의 접합이 F+에서 F-로 넘어가는 다소 일방적인 섹스였다면, 짚신벌레의 접합은 매우 통합적이다. 연못이나 논 등의 민물에 사는 짚신벌레는 몸길이 약 170~290㎛의 단세포생물로 세포 내부에 대핵과 소핵이라 불리는 2개의 핵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보통의 경우, 짚신벌레는 단세포생물답게 이분법으로 번식하는데, 대핵이 둘로 나뉘어지고 소핵이 복제된 뒤 세포 가운데부터 세포질이 나뉘어지며 두 마리의 짚신벌레로 갈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서로 다른 짚신벌레 두 마리가 달라붙어 접합이 일어나기도 한다. 접합이 일어나면 두 마리의 짚신벌레 내부에서는 매우 독특한 변화가 일어난다. 양쪽의 짚신벌레가 가진 대핵은 분해되어 사라지는 반면, 소핵은 접합 부위로 이동해 서로 융합된다. 즉, 짚신벌레 A와 짚신벌레 B가 접합하면 이들의 대핵은 모두 사라지고 소핵 A와 소핵 B가 결합하여 소핵 AB가 만들어진다.
다시 이 소핵은 다시 4개로 분열하여 각각의 원래 있던 A와 B의 몸체로 두 개씩 돌아가는데, 이 두 개의 소핵 중 하나는 그대로 남고 나머지 하나는 여러번 복제하여 덩치를 불려 대핵이 된다. 이렇게 유전물질을 몽땅 뒤섞어 절반씩 나눠가진 짚신벌레는 이제 다시 두 개로 나뉘어 제갈길을 가게 된다. 겉모습은 이전과 다를 바 없지만, 새로이 조합된 유전자를 가진 새로운 짚신벌레가 되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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