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미잘의 촉수가 화려하고 매력적이라 해서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혼쭐난다. 이들 촉수에는 독을 지닌 자포가 있어 침입자나 먹잇감이 접근하면 총을 쏘듯 발사하기 때문이다. 자포가 지니는 독성은 작은 물고기를 즉사시킬 정도인데 사람도 피부에 직접 닿았을 때는 피부발진이 생기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 등으로 상당기간 고통을 당한다. 말미잘의 화려함에 유혹되어 잘못 건드렸다가 고생하다 보면 아네모네의 꽃말 ‘사랑의 괴로움’을 실감하게 된다.
말미잘의 자포에 한번 당해본 바다동물들은 말미잘 근처에 오면 몸을 사린다. 그런데 괴팍스러운 말미잘에게도 삶을 함께 하는 동반자가 있다. 손가락 크기만한 작고 연약한 물고기
흰동가리(Yellow tailed anemonefish / 경골어류 농어목 자리돔과의 바닷물고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흰동가리는 말미잘 촉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뿐 아니라 이곳을 포식자의 공격을 막아내는 보금자리로 삼는다. 흰동가리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다면 2003년 개봉한 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영화 ‘
니모를 찾아서’를 떠올리면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 니모가 바로 흰동가리를 모델로 했다. 그럼 말미잘과 흰동가리의 공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포식자들 입장에서 볼 때 흰동가리는 만만한 먹잇감이다. 화려한 몸짓으로 헤엄치는 흰동가리의 유혹을 따라 붙었다가는 기다리고 있는 말미잘에게 당하고 만다. 보금자리를 제공받는 흰동가리는 말미잘을 위해 스스로 미끼가 되어 먹을거리를 유혹해오는 셈이다. 또한 촉수 사이에 떨어져 말미잘을 성가시게 하는 찌꺼기는 흰동가리에게는 훌륭한 먹을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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