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157:H7형은 1982년에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장 출혈성 대장균에 대한 예방 접종법이 개발되지 않았으므로 증세에 따라 치료를 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치사율은 낮은 편이다. 감염 후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는 나이에 따라 다르나, 보통 10% 이하이며,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 중 2-7%가 사망에 이른다.
이와 같은 종류가 몸에 해로운 이유는 긴 세월에 걸쳐 사람과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대장균의 유전형질에 변형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테리오파지와 같이 세균에 기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대장균에 침입하거나 염색체 바깥에 별도로 존재하면서 숙주 세포의 기능을 이용하여 복제를 하는 플라스미드(plasmid) DNA가 대장균에 들어와서 유전형질을 변화시킨 것이 치명적인 대장균이 탄생하게 된 이유다. 환자가 발생하면 24시간 간격으로 2회 대변을 배양하여 대변 검사를 하여 확진하고, 세균이 검출되지 않을 때까지 격리시키며, 탈수방지를 위한 수액요법을 비롯하여 증세에 따라 알맞은 치료를 한다.
분자생물학 연구에 빠져서는 안 될 재료인 대장균 유전자를 조작한다고 하면 끔찍하게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유전자변형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유전자 조작은 이미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비록 198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버그(Paul Berg)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먼저 발견하기는 했으나 오늘날 분자생물학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클로닝 방법(functional cloning)을 가능하게 한 유전자 조작은 1973년에 코헨(Stanley Cohen, 성장인자를 발견하여,198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과 보이어에 의해 처음 이루어졌다.
분자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실험기법의 하나인 클로닝은 원하는 유전자를 장기간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는 언제나 그 수를 증폭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일종의 화학물질이라 할 수 있는 유전자는 연구에 이용하다 보면 보관된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양이 필요하면 플라스미드를 지닌 세균을 배양하면 된다. 세균이 자라나면서 유전자가 담긴 플라스미드도 그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하는 세균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대장균이다. 대장균은 혹시나 사람에게 감염된다 해도 병원성이 약하므로 비교적 안전하고, 수많은 종류의 세균 중 인류에 의해 가장 많이 연구된 세균이 바로 대장균이다. 대장균은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1921년에 인슐린이 당뇨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초기에는 돼지의 인슐린을 분리하여 사용했으나, 1970년대에 유전자 클로닝 법이 개발되고 나서는,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에 주입하여 대장균이 사람 대신 만들어주는 인슐린을 분리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얻은 인슐린은 돼지가 지닌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대장균이 분자생물학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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